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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육이념에서 홍익인간을 삭제한다고? 본문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최근의 시국에, 국회에서는 사회적으로 논란과 물의를 불러일으킨 사건이 발생했다. 여당 국회의원 민형배 등 12명이 국회 교육위원회에 2021년 3월 24일 제안하고 3월 25일 회부한 ‘교육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상당한 충격파를 안긴 것이다.
그 개정안의 요지는 “교육기본법에 나오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단어가 지나치게 추상적이라 교육지표로 작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삭제하고 교육이념과 목적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여러 단체와 전문가 및 대중들이 나서서 강력히 반발했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등장해 많은 동의를 얻는 등 수많은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발의자 측은 2021년 4월 22일 발의안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본 칼럼에서는 ‘홍익인간’이념 삭제 사안에 담긴 문제의 소재를 심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개정안 발의의 변辯
우리나라 교육기본법 제2조(교육이념)에는 다음과 같이 정리되어 있다.
교육기본법 제2조(교육이념)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다음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설명글이다.
“고조선 건국신화에 나오는 고조선의 건국이념이자 대한민국의 교육법이 정한 교육의 기본이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위처럼 홍익인간은 고조선의 건국이념이자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으로 대다수 국민들이 인지하고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광복 후 국가 건설의 설계도인 대한민국건국강령 제1장 총칙에서 ‘홍익인간弘益人間 이화세계理化世界’의 이념을 공표하고 있으며, 1949년에 제정되어 공포된 한국의 교육법은 ‘홍익인간’을 교육이념으로 명시하여 지금껏 문구는 조금씩 수정되었어도 홍익인간의 이념 자체는 교육이념의 근간으로 오래도록 자리를 잡아 왔다.
그런데 지난 2021년 3월 24일, 현행 교육기본법 교육이념에서 ‘홍익인간’을 삭제하는 내용의 교육기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인 민형배, 김민철, 문진석, 변재일, 소병훈, 신정훈, 안규백, 양경숙, 양기대, 이정문, 황운하, 김철민 등 12명이 발의했다.
이들이 발의한 법률안은 몇 가지 문구와 자구 수정이 있으나 충격을 주는 부분은 역시 ‘홍익인간’ 이념의 삭제에 있었다. 이들 국회의원들은 당시에 발의 제안 사유를 이렇게 적었다.
“현행법 제2조에서는 교육이념으로 홍익인간弘益人間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교육으로 육성해야 할 자질로는 인격도야, 자주적 생활능력, 민주시민의 자질 등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궁극적 목적은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 실현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표현들이 지나치게 추상적입니다. 교육지표로 작용하기 어렵습니다. 1949년 제정된 교육법의 교육이념이 1998년의 현행 교육기본법에 그대로 적용되었습니다. 지난 70년간 변화된 사회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라고 했다.
또한 “교육이념과 목적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해야 합니다. 학교 존재의 목적도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학생들의 행복한 삶과 더 나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실현하기 위한 것입니다.”라며 ‘홍익인간’이 적힌 부분을 개정하는 문구를 작성하였다.
정리하자면, “이러한 표현들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다.”, “교육지표로 작용하기 어렵다.”, “지난 70년간 변화된 사회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라는 것이 개정의 변이다. 과연 대한민국 교육이념으로서의 ‘홍익인간’은 사라져야 할 대상인 것일까?
인류 공영의 정신이 담긴 ‘홍익인간’
그간 교육개혁이 논의될 때마다 마치 교육이념인 ‘홍익인간’으로 인해 교육의 파행이 생겨나기라도 한 것처럼 여러 차례에 걸쳐 공격이 되풀이되어 왔다.
정말로 홍익인간은 추상적이며 교육지표로 작용하기 어려운 것인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지금은 예전보다 더 글로벌한 시대를 맞이하여 홍익인간의 메시지가 더욱 필요한 때다. 보다 경쟁적이고 남을 밟고 올라가려고 하는 교육 경쟁이 치열한 지금, 오히려 남을 위하고 함께 협력하며 인류가 서로 위해 주어야 한다는 홍익인간은 더욱 필요한 이념이어야 하지 않을까. 오히려 이를 어떻게 교육 속에서 구체화할 것인가를 논해야 하는 때가 아닌가 한다.
국민을 시민으로 바꾸고 자유와 평등을 넣으면 구체적인가? 인류 공영은 추상적인 말인 것일까? 교육이념에서는 인류에게까지 확장되는 이념이 나오면 안 되는 것인가? 이는 홍익인간을 삭제하기 위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자유와 평등은 홍익인간의 하위 개념이라 할 수 있는데, 추상적 운운하며 홍익인간의 삭제를 시도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분명 다른 의도가 있었을 것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홍익인간은 우리나라 건국이념이기는 하나 결코 편협하고 고루한 민족주의 이념의 표현이 아니라 인류 공영이란 뜻으로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과 부합되는 이념이다.” - 문교부, <문교개관> (1958)
홍익인간처럼 우리 고유의 이념이자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과 부합되는 이념이 어디에 있을까? 왜 굳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고 이익되게 하자는 협력의 정신, 상생의 정신을 삭제하려고 했던 것일까? 오히려 지금은 “다시 홍익인간”을 외치고 있는 때다. 2019년에는 홍익인간 교육이념 제정 7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열리기도 했고 많은 학자들은 지금 다시 홍익인간이 더욱 필요한 때임을 역설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더욱 필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사람 대 사람이, 국가 대 국가가 대협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신 이기주의, 자국 중심주의를 버리고 인류가 협력해야 함을 배워야 하는 때에 오히려 홍익인간을 지우겠다니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한국학중앙연구원 현대한국연구소는 ‘다시 홍익인간이다’를 주제로 홍익인간 교육이념 제정 7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오히려 세계적인 석학들은 21세기에 홍익인간이 세계에 적용되어야 한다고까지 얘기하고 있다.
소설 『25시』의 작가이자 신부인 게오르규Constantin Virgil Gheorghiu는 “한민족이 낳은 홍익인간 사상은 미래 21세기의 태평양 시대를 주도할 세계의 지도 사상이다.”라고 하였다.
또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시Emanuel Pastreich 교수는 그의 저서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홍익인간 정신은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도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 세계를 위한 새로운 교육법으로 제시할 수도 있다. 물질이 아닌 인간의 가치를 중시하고 모두를 위한 마음을 추구하는 홍익인간 정신이야말로 물질 만능 시대라 불리는 현대 사회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이 될 만한 잠재력 넘치는 개념이다.”라고 극찬하며 “홍익인간 정신이 한국 교육의 기반으로 자리 잡으면 현재 한국 교육이 가진 장점, 즉 좋은 교과서와 높은 수준의 선생님 그리고 뜨거운 교육열과 긍정적으로 합쳐져 세계에서 선례를 찾기 힘든 훌륭한 교육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라며 세계 교육의 대안 이념으로도 홍익인간을 추천하고 있다.
홍익인간의 교육이념은 공론의 자리 없이 몇몇 국회의원이 문구 고쳐서 삭제했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이는 단순히 교육이념에서의 삭제가 아니라 우리 민족정신을 지우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 침탈이라는 마수가 점점 더 옥죄어 오고 있는 와중에 오히려 그들을 도와주듯이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역사와 철학과 정신을 지우고 갉아먹는 행위를 하고 있다.
상고사 말살이라는 합리적 의심
홍익인간 이념을 삭제하려 했던 시도의 이면에는 또 다른 음모가 결부되어 있다는 의심도 회자되고 있다. 이는 2015년 개정 교육과정으로 한국사 교과서에서 강화도 참성단 사진과 단군왕검 어진을 대부분 삭제한 것과 연관되어 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현재 강단 역사학계는 단군왕검의 실존을 부정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써 왔던 단기檀紀도 틀릴지 모른다고 의혹을 품고 있다. ‘단기 2333년에 고조선이 건국했다’는 문장은 넣었으나 그 내용은 허구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단군신화론에 발맞추어 단군의 이념으로 알려진 ‘홍익인간’ 역시 당대에 없던 메시지이자 이념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홍익인간이라는 말은 고기古記에서 나온 말이며, 신화에 가까운 비과학적인 용어일 뿐이다.”라는 주장이다.
이를 의원들이 의도했든지 의도하지 않았든지 간에 가뜩이나 축소되고 왜곡된 우리 상고사를 아예 말살하는 데에 일조할 수 있는 촉매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지금 역사학계가 단군조선 없애기와 단군신화 굳히기를 확고히 하려는 일환으로 홍익인간의 삭제도 시도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현행 국사 교과서는 『동아출판 중학역사2』만 유일하게 홍익인간이라는 이념을 실었고, 그 외 대부분의 국사 교과서에서는 홍익인간을 찾아볼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교육이념으로 나오는 홍익인간을 국사 교과서에서 배우지 않는다면 어디에서 배우겠는가? 이런 국사 교과서의 홍익인간 삭제가 교육기본법의 교육이념 개정 시도와 맞물려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것이다. 홍익인간이 ‘추상적’이라는 변명으로 개정을 추진했던 것은 궁색하고 말이 안 되었기에 더욱 그렇다.
홍익인간이라는 말은 『삼국유사』(1281)와 『제왕운기』(1287)에서 환인, 환웅 그리고 단군의 건국 과정을 기술하는 과정에서 거론되었다.
『삼국유사』 ‘고조선’ 조를 보자.
“古記云。 昔有桓國 庶子桓雄。
數意天下。 貪求人世。 父知子意。
下視三危太伯 可以弘益人間。
乃授天符印三箇.......”
고기에 왈 “옛적에 (환인의 나라) 환국이 있었다. 서자 환웅이 천하에 뜻을 두고 인간 세상을 구하고자 하거늘 아버지가 아들의 뜻을 아시고 삼위산과 태백산을 둘러보니 가히 홍익인간 할 만하여 이에 천부인 세 개를 주고.....”
『삼국유사』, 『제왕운기』 등에 나오는 단군조선의 기록에서 그 속의 역사적 사실을 보지 못한 채 허구의 신화로 보는 입장을 고수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면서 김구 선생, 조소앙 선생 등이 임시정부에서부터 나와 민족과 인류의 번영을 위해 주장한 홍익인간 이념을 이렇게 후손들이 무참히 짓밟는 일은 없어야 한다.
건국이념 홍익인간을 헌법 전문으로!
법륜 스님은 오히려 홍익인간 정신이 헌법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 우리보고 건국이념을 만들어 보라고 해도 이보다 더 고귀한 정신을 담기는 어려울 겁니다. 사실 엄격하게 말하면 이 부분이 헌법 전문에 들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환웅천황의 신시 건국이념인 홍익인간 재세이화의 건국이념을 계승한다고 분명히 명시를 해야 합니다. 이것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지금의 건국이념이라고 해도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10월 3일 제4352주년 개천절을 맞아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겠다는 홍익인간 정신을 무겁게 알고 실천하는 집권 여당이 되겠다.”고 했다. 그때의 말은 개천절 접대용 멘트였던 것일까. 헌법에 넣지는 못할망정 교육법에 있는 ‘홍익인간’ 이념을 지우고 삭제하려 했던 그 의도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
김구 선생은 “홍익인간이라는 우리 국조 단군의 이상이 이것이라고 믿는다.”라고 했다. 백범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 중 “나의 소원”의 마지막 부분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서 그 ‘아름다운 나라’는 다름 아닌 ‘국조 단군의 홍익인간 이념에 바탕을 둔 문화 강국’임을 밝혔다.
“나는 우리의 힘으로, 특히 교육의 힘으로 반드시 이 일이 이루어질 것을 믿는다. 우리나라의 젊은 남녀가 다 이 마음을 가질진대 아니 이루어지고 어찌하랴. 나도 일찍 황해도에서 교육에 종사하였거니와, 내가 교육에서 바라던 것이 이것이었다.” (백범 김구)
이것이 바로 홍익인간이다. BTS가 전 세계에 끼친 ‘선한 영향력’ 역시 다른 말로 홍익인간 이념의 구현이다. 그들의 메시지 또한 전 세계를 향한 교육이다. 우리 교육의 지향점이 홍익인간을 빼고 무엇을 생각할 수 있단 말인가?
이번 교육기본법 개정안 철회 사태를 지켜보면서 다시 한번 홍익인간 이념의 고귀한 정신과 가치를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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