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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에서 얻은 교훈 - 로리 가렛Laurie Garrett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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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에서 얻은 교훈 - 로리 가렛Laurie Garrett

전종수 2024. 1. 11. 00:01

TED 하이라이트 1918년 독감에서 얻은 교훈

로리 가렛은 신종 질병과 재출현 질병에 대한 과학기재와 정책을 밝히는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뉴스데이의 과학 작가로서 퓰리처상, 피바디상, 그리고 두 개의 폴크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또한 그는 보건정책이 외교정책과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보건전문가이기도 합니다.

2007년, 세계가 조류독감의 유행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을 당시, 자이르 공화국의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기록인 『전염병의 도래』(The Coming Plague, 1994)(사진0)를 집필하여 퓰리처상을 수상한 로리 가렛Laurie Garrett은 소규모 TED 무대에 섰습니다. 그는 과거 수차례 대유행병에서 얻어낸 통찰력을 토대로 전염병에 관한 아주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포인트는 이 강연의 내용이 최근 발생한 중국 우한武漢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한 사실들과 아주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14년 전 강연임을 감안할 때 주목할 만한 대목입니다.

이 와중에 지난 2월 9일 중국 쓰촨성四川省에서 H5N6형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지난 2월 1일 우한 인근 후난성湖南省에서 조류독감이 보고된 후 두 번째입니다. H5N6형은 치사율이 62.5%에 달해 조류독감 중에서도 악성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곳 쓰촨성은 2014년에 조류독감에 의한 최초의 사망자가 발생한 곳이기도 합니다. ‘동지한식백오제冬至寒食百五除 도수’가 어느 때보다도 무섭게 와닿는 요즘입니다. 또한 로리 가렛과 같은 전염병 전문가들이 전염병이 없는 시기에도 한결같이 외쳐오던 경고의 메시지를 침착하게 복습해볼 만한, 그 어느 때보다 의미 있는 시점이기도 하겠습니다.

상제님께서 손사풍(巽巳風)을 불리시며 장질부사 열병을 잠깐 앓으시고 말씀하시기를 “이만하면 사람을 고쳐 쓸 만하도다.” 하시고 손사풍을 더 강하게 불리신 후에 “손사풍은 봄에 부는 것이나 나는 동지섣달에도 손사풍을 일으켜 병을 내놓느니라.” 하시니라. (도전 5:291:2~3)

세계화와 대유행병, 공동운명의 관계

로리 가렛은 ‘국가안보공동체’와 ‘공중위생학계’에 관여하는 ‘외교문제협의회’의 일원입니다. 그는 대유행병의 위험에 대해 이들 기관에서 가장 염려하는 바가 세계화에 의한 변화라고 말합니다.

세계화로 여행이 증가하면서 필연적으로 어느 곳에나 사람들이 갈 수 있게 되었는데, 이것은 우리 몸속의 미생물도 함께 이동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세계화가 ‘위험 방정식’을 바꾸어놓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또 허리케인 카트리나(2005년 8월)의 교훈을 한 줄로 줄이자면 ‘이제는 전적으로 정부에만 의존할 수는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일 것이라 말합니다. 정부가 상시 준비태세를 갖춘다거나 상황대처 능력을 갖기를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것입니다.

조류독감 2006년까지만 해도 위협적이지 않아

로리의 강연이 있던 2007년 당시 당면한 최대 걱정거리는 H5N1* 즉 조류독감 바이러스였습니다. 조류독감은 1990년대 중반에 중국 남부에서 처음 발생하였습니다. 1997년까지는 이 바이러스에 대해 세상이 모르고 있었고, 2006년 크리스마스가 끝날 무렵까지만 해도 H5N1 바이러스는 13개 국가에서만 발견되었는데 2007년에는 전 세계 최대 55개 국가에서 이 바이러스가 발생하였습니다. 조류나 사람, 혹은 이 두 가지 모두에서 발생한 국가도 있었습니다.*

*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 서브타입인 H5N1는 고병원성 조류독감을 일으킨다. 사람을 비롯한 다른 동물들에게도 전염될 수 있다. 현재 백신은 없으나 오셀타미비어, 타미플루, 자나미비어(릴렌자) 등의 치료제가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 1997년 홍콩조류독감 사건으로 6명이 사망하자, 조류에게서 사람으로 전염이 된다는 것이 처음 알려졌다. WHO는 H5N1가 돌연변이를 하여 사람과 사람 간 전염이 되는 경우, 사스보다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H5N1과 같은 독감바이러스는 DNA에 비해 변종이 일어날 확률이 10만 배나 높은 RNA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사람 간의 전염이 가능한 변종도 생겨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H1N1(1918년 스페인 독감, 2009년 멕시코 신종플루, 2019년 일본 신종플루 범유행)도 조류독감 H5N1 바이러스의 돌연변이 변종으로 추정되고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야생 조류의 이동으로 급속히 전파된 바이러스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수많은 닭을 살처분하더라도 호수에 서식하던 야생 물새 떼의 이동으로 전 세계에 전파됩니다. 이것은 조류독감 사태의 중심에 있는 중국 칭하이靑海 호수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입니다. 철새들에게서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여 수천 마리가 폐사하였고, 동시에 감염 조류의 종류 역시 급격히 증가하였습니다. 그 조류들이 시베리아, 유럽, 아프리카까지도 바이러스를 이동시킴으로써 이전에 불가능했던 일을 발생시켰던 것입니다.

백신 비축은 무용지물

그러다가 이 강연이 있었던 2007년 무렵부터 인간에게서 조류독감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당시 발병 건수가 적고 간헐적으로 일어나고 있긴 했지만 2007년 즈음 2년여에 걸쳐 급격한 변이를 일으키고 있었던 상황으로 연사는 설명합니다. 그 당시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좀 더 찾아보니 아랫쪽의 H5N1 변이 일지를 통해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917 중국 북부의 호흡기 질환이 1918년 스페인 독감의 원천이라는 주장도 있어

로리 가렛에 의하면 1918년의 스페인 독감도 조류에서 사람으로 독감 바이러스가 바로 확산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 H5N1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 중 55퍼센트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하니 인류 진화의 족적이 무색하기만 하다고 연사는 말합니다. 스페인 독감은 H1N1 바이러스에 의한 것인데 갑자기 H5N1이라니요? 궁금하여 찾아보니 이런 내용이 나왔습니다.

H5N1의 하위 유형인 스페인 독감(H1N1)의 유래에 대해서 아직까지 많은 가설이 있지만 동물-인간 간 전염이 있었던 당시 동아시아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이 있다는 겁니다. 2014년에 역사가 마크 험프리Mark Humphries는 96,000명의 중국 노동자들이 영국과 프랑스 전선 후방에 동원된 것이 전염병의 원천이었을 것이라 주장했는데, 그는 1917년 11월 중국 북부를 강타한 호흡기 질환이 스페인 독감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기록 문서를 발견했다고 합니다.(출처: 위키피디아) 같은 동아시아인으로서 유쾌하지 않은 가설이지만 이런 부류의 가설을 염두에 둔 연사의 발언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그때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이 바이러스 그 자체가 아니라, 과잉 반응을 보이는 면역체계였기 때문에, 당시 대부분의 사망자들은 실제로 30세 이하이고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이었다는 점은 우한 폐렴에서 보이는 일부 양상과도 비슷합니다.

전염병에 대해 실질적으로 대비하지 않는 미국 정부

로리는 2007년 당시만 해도 미국의 정부 자금이 탄저병이나 생화학 테러의 위협에 더 쓰이고 있었으므로 전염병 방제에 투자되는 자금이 부족하다고 하면서 지금 전염병이 발생한다면 1~2주 안에 미국의 절반이 병원 침대가 바닥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전염병과 무관하게 미국의 40개 주에는 이미 간호사가 상당히 부족한데 전염병이 발생하면 엄청난 문제가 예정되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우한 폐렴이 미국에서 발생하였더라도 초동 대처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확산 속도에 대한 대처 양상은 비슷하였을 것이라 생각되는 대목입니다.

지방 정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는지가 큰 관건

로리는 각자가 속한 시의회市議會의 상황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얼마나 양질의 시의회가 운영되고 있는지, 이 문제를 책임질 시장은 얼마나 제대로 된 사람인지 이런 부분들 말입니다.

우한의 시장이 TV 인터뷰에서 중앙 정부의 눈치를 살피느라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말하는데, 조기감지 조기대응이 원 앤 온리one & only 대응책이라 할 수 있는 전염병 방제에서 골든타임을 놓친 건 사실상 모든 것을 놓친 거였죠. 중앙 정부의 무능함에 실망한 시민들이 후베이성湖北省과 우한시武漢市의 관리들에게 중앙 정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것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이게 불과 2주 전의 일입니다. 그런데 지난 18일을 기해 한국에서 코로나가 확산되자 중국이 일본과 한국의 코로나 대처 능력에 훈수를 두더니, 며칠 사이 들어오는 한국인을 격리시키고 입국을 금지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외교보다 방역이 우선이라는 입바른 말씀을 덧붙입니다. 유서 깊은 사자성어가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굳이 하지는 않겠다.’

여러분이 공동체의 책임자를 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리시겠습니까?

연사인 로리는 환자의 폭주나 산간벽지와 같은 지리적 문제로 음압 병동이 없어서, 의료 인력들이 전혀 출입할 수 없다면 환자는 어떻게 돌보면 좋을지 묻습니다. 그러면서 홍콩의 사진을 보여주는데 2007년 당시만 해도 미국에는 이러한 격리실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들도 사스를 겪으며 이런 시설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2주 전만 해도 중국 우한의 문제였던 이것이 이제 대구시의 문제가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지만, 어쨌건 신천지의 코로나 확산 사태 이후 일본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보다 더 세계적으로 매스컴을 타고 있는 대구의료원은 급히 호스피스 병상까지 비우고 코로나19 환자를 받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었음을 호소하기도 하였는데,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연일 대구 경북의 병상 부족 문제가 헤드라인으로 올라오는 가운데 병상을 기다리던 환자가 사망한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신속한 해결이 촉구되는 상황입니다. 그나마 한국이 미국이나 일본보다도 코로나19에 잘 대응하고 있으며 세계적 의료 수준임을 증명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말은 곧, 그 세계적 의료 수준의 국가들이 대유행에 대해 제대로 대비한 게 과연 하나라도 있었던가 하는 의구심으로 이어집니다. 요사이 회자되는 “WHO, 누구냐 너희는?”도 같은 맥락일 겁니다.

격리 조치는 어떨까요? 로리의 경험에 의하면 미국은 격리 조치를 할 때 일관성조차 없었다고 합니다. 2007년 당시만 해도 어떤 주는 카운티(구)마다 정책이 다를 정도였다고 하는데 지금이라고 그렇게 많이 나아졌으리라 기대할 만한 근거는 없어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로 격리되는 경우 가족 구성원 수를 감안하여 생계비를 지원하기도 하였고, 우한 교민을 수용할 때 격리에 적합한 시설과 매뉴얼을 선택하여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역 확산이 늘어가는 가운데 7만 명에 이르는 중국인 유학생을 2주간 격리할 곳을 찾지 못해서 홍대 도심의 게스트하우스 같은 데서 다른 숙박객들과 함께 묵을 방법을 물색했다는 소식은 듣는 이들의 귀를 의심케 합니다. 휴교 조치는 어떨까요? 재택근무 문제는요? 파출소에서 확진자가 나와서 치안 공백이 우려되는데 장기화가 가져다줄 문제는 무엇이 있을까요? 2007년의 로리는 그저 ‘예상’이나 해보자며 이런저런 질문들을 이끌어내지만 2020년의 우리에게는 실시간으로 고민해야 할 현안들이 되었습니다. 불과 한 달 전에 우리에게도 로리와 같은 여유가 있었는데 말이죠. 그나마 아직은 ‘생각할 여유’가 허락되어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겠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예방 조치들

로리는 사람들이 손 씻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고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과학계에서는 독감의 경우 재채기나 기침을 통해 몇 퍼센트나 전염이 이뤄지는지 아직까지도 논의가 뜨겁다고 합니다. 오히려 손을 통해서 전염이 많이 이뤄진다는 의미입니다. 어쨌건 미국 의학 연구소(IOM)에서는 충분한 마스크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제 해결법을 모색해보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KF 자가 붙은 마스크가 금스크가 된 지 오래입니다. 그런데 이런 고성능 마스크가 꼭 필요한 것일까요? 로리는 말합니다. 실제로 홍콩에서 사스가 돌았을 때 사람들이 성능이 떨어지는 마스크를 착용한 게 문제가 아니라 부적절하게 마스크를 벗었고, 마스크를 잘 쓰고도 마스크 밖의 것들을 만져 손에 바이러스가 묻게 되고 그 손으로 자신의 코를 만졌습니다. 그러고는 바로 사스에 걸렸다는 것입니다.

또한 로리는 실제 긴급 구조 요원들에 적용되는 보호 장비에조차 이렇다 할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게 지금 미국의 현실이라고 말합니다. 전염병 발생의 최전방에 서는데도 말이죠. 우한 바이러스를 처음으로 고발한 의사 이원량李文亮이 초기에 보호 장비도 착용하지 않고 환자를 진료하다가 감염되어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다음 날, 우한에 들어가 실태를 폭로하던 중국인 변호사 천추스가 돌연 실종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그는 유튜브를 통해 우한의 병원에서 복도며 화장실까지 꽉 들어찬 병상들 사이로 1회용 방역복에 의존한 채 뛰어다니던 간호사들의 모습을 전하였습니다. 그의 영상에는 고압산소 마스크를 쓰고 있던 환자가 갑자기 마스크를 벗더니 병원 바닥에 가래침을 뱉는 모습, 환자들에게 공급했던 수액 주사가 바닥에 굴러다니던 상황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렇듯 준비하지 않으면 중구난방입니다. 최대한 예측하여 물품을 비축해두거나 방역을 학습하여 미리 준비해두는 것 외에 재난의 실제상황에서 기댈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타미플루 대책의 허점과 한계

호프만-라로슈사가 특허를 낸 이 타미플루의 복용자 가운데 20퍼센트만 적절히 대사작용을 하여 체내에서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오고, 나머지의 경우 체내에서 안정적 상태의 혼합물이 되는데, 이게 정수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고 물속으로 그대로 흘러들어갑니다. 그래서 독감을 옮기는 수생 조류들이 타미플루를 그대로 먹는 꼴이 되고 내성이 생긴다는 겁니다. 실제로 타미플루에 저항성을 가진 종이 베트남에서도 사람 간의 전염을 일으켰고 이런 사례가 이집트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 그래서 로리는 인간 수명에 이 타미플루가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 같다고 예상합니다.

1918년 스페인 독감으로부터의 교훈

로리는 서두에서 꺼냈던 스페인 독감을 다시 언급하며, 역사상 전례 없이 심각한 대유행병이 일어났던 1918년, 그해로부터 우리가 얻게 된 교훈은 무엇일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고 말합니다. 1918년 당시 미국의 연방 정부는 대부분의 책임을 이행하지 못했고, 미국 전역에 걸쳐서 제각각 나름대로의 규제를 실행했는데 이들의 규칙과 신념 체계는 서로 크게 달랐다고 말하며 당시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18개월 동안 세 차례 돌며 돌연변이가 일어남

당시에 민간 항공기 운항이 없었음에도, 대유행병은 18개월 동안 세 차례 순환과정을 거쳤습니다. 2차 발병은 돌연변이가 된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매우 치명적이었습니다. 그나마 1차 발병 때는 충분한 의료 인력이라도 있었지만 2차 발병 당시에는 이미 상당한 의료 인력들이 바이러스에 의해 피해를 입은 이후였고, 바이러스 최전방에 노출되어 있던 대부분의 의사와 간호사가 목숨을 잃었는데 총 70만 명 정도였다고 합니다. 임산부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100퍼센트 치명적이었는데 왜 그런지는 아직도 알아낸 바가 없습니다. 대부분 사망자의 나이는 15세에서 40세 사이로 아주 건강한 젊은이들이었습니다. 이는 흑사병에 비유되었습니다. 지금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최저 추정치로 봐도 3천5백만 명은 족히 사망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는 유럽과 북아메리카 데이터만 합산한 것입니다.

구호품 비축하고 방공호를 파도 답이 될 수 없어

독감이 18개월 동안 돈다고 했을 때 마스크나 방역 물자를 전량 구입해야 할까요? 혹자는 물이나 비상식량도 비축해 둬야겠다고 말하지만 18개월 치의 식량을 저장해둘 공간은 보통 가정에선 없습니다. 사람들은 마치 1950년대에 사람들이 민방위 문제를 대했던 방식으로 재난에 대비하려고 하지만 합리적인 방식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개인보다는 공동체 차원에서 대비해야 해

연사는 그러므로 이 문제는 개개인이 아닌 공동체 차원에서 대비할 문제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로리는 지역사회와 국가의 리더들에게 가서 할 말을 하고 압박을 받을 필요가 있는 곳에 압박을 가하여 공공 차원에서 대처하도록 만들기를 강조합니다. 개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라는 거죠. ‘나 하나만 내 가족만 구사일생으로 어떻게 살아나본다’와 같은 접근 방식이 애당초 의미없는 그런 문제. 앞으로 병란病亂 상황으로 다가가면서 벌어지는 문제의 본질은 바로 그러한 것, 제 귀에는 연사의 말이 그렇게 들렸습니다.

재난상황에서는 공동체의 리더십이 얼마나 건강한지가 중요

로리는 강연 전반을 통해 지역사회 전파, 공항 폐쇄, 마스크 문제, 의료진 부족, 약의 부작용, 바이러스의 변이, 면역 체계의 공격으로 사망 등 마치 우한 폐렴 사태를 예언이라도 하는 듯 쏟아냈습니다. 그러다가 결론적으로 마스크도 소용없고 방공호도 소용없고 물자 같은 걸 비축할 엄두도 내지 말고 타미플루는 더더욱 덧없고 부작용도 많고....등을 나열합니다. 도대체 끝마무리를 어떻게 지으려고 저럴까 싶었을 겁니다, 만약 제가 우한 폐렴을 대처하는 중국과 우리나라 및 각국의 상황을 지켜보지 않았더라면 말입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느끼셨나요? 저에게는 로리가 ‘다 소용없고 공동체 차원의 대처여야 하며 #우리 공동체의 리더십이 건강한지부터 체크하고 그렇지 않다면 찾아가 따질 것을 따져두십시오#’ 이런 말을 할 때, 이 메시지야말로 우한 사태에 대한 적중의 예언이며 무릎을 치도록 공감되는 이야기였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병란病亂은 바로 인간 사회가 여태껏 이룩해온 역사 발달 단계의 핵심 인자에 해당하는 그 인간이 어느 정도로 하늘 아버지 땅 어머니의 뜻을 받들어 충실히 성숙하였는가, 그렇지 않다면 얼마나 미숙하기에 재난 상황 앞에서 그 공동체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맥시멈 지표가 고작 그 모양인가에 대한 최종 심판이라는 점에서 병란개벽이 ‘인人개벽’이라는 말씀이 이해되는 것 같습니다.

명강연 다시보기에서는 작년 12월 개벽지에 래리 브릴리언트Larry Briliant의 강연을 다루었습니다. 인도에서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며 천연두 종식을 이끌었던 장본인인 그는 테드TED에 나와 ‘오직 이것 하나’밖에 없다고 말하며 청중들에게 마치 래퍼처럼 반복적으로 각인시켰던 것이 있습니다. 바로 ‘조기감지 조기대응’이었습니다.

지난 2월 18일을 기점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이미 시작된 병겁의 바람은 하루가 다르게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천지 대자연의 이치에 따라 자연과 문명과 인간이 함께 개벽되어야만 한다는 우주 가을의 엄중한 메시지에 깊이 각성할 것을 촉구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귀 기울이고 준비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