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재난에서 살아남기
인류에 빛을 선사한 과학혁명 본문
들어가는 말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르네상스를 꽃피운 이후 서양은 과학혁명을 통해 자연에 대한 새로운 탐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산업혁명을 통해 사회와 경제에 큰 변화를 일으켰으며, 시민혁명을 통해 민주화를 이루었습니다. 과학혁명은 인류 문명이 더 높은 차원으로 도약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과학이 밝혀낸 자연법칙을 음양의 관점에서 알아보겠습니다.
전기의 물리학
총성 없는 전기 전쟁, 커런트 워
서양은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후 약 천 년 동안 중세 암흑기(476년~1453년)를 맞았습니다. 오로지 기독교 신학을 절대적인 삶의 잣대로 삼았던 그들을 깨운 건 최대의 적이었던 오스만 제국이었습니다. 1453년 오스만 제국이 동로마 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자 그리스 로마 문화를 간직해 온 수많은 학자들이 서유럽으로 대거 망명했습니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문화⋅예술 부흥(Renaissance, 14~16세기)을 꿈꿨던 르네상스인들은 고대의 학문과 예술에 다다르기 위해 그리스 원전들을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고대 그리스 시대, 헬레니즘 시대, 로마 시대의 과학이 새롭게 도입되었습니다. 특히 ‘자연 세계가 수학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플라톤의 믿음과 이슬람 세계로부터 전해 온 마술주의가 만나서 탄생한 신플라톤주의는 우주의 힘을 조직하는 열쇠를 수학에서 찾았습니다. 그 결과 수학은 과학혁명(16~17세기)의 발생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1543년 코페르니쿠스가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를 출간하여 우주의 중심이 태양임을 선언함으로써 시작된 과학혁명은 1687년 뉴턴의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로 종결되었습니다.*1)
*1) 「위키백과」 ‘과학혁명’ 참고
과학은 현상을 연구하고 새로운 지식을 구축할 때 수학적이며 기계적인 방법과 실험적이고 경험적인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과학적 방법은 기술혁신과 새로운 제조 공정으로의 전환을 불러일으켜 영국을 중심으로 1차 산업혁명(18세기 중반~19세기 초반)이 일어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제2차 산업혁명은 제1차 세계대전 직전(1870~1914년)에 일어났습니다. 미국과 독일이 전기를 중심으로 화학, 철강, 자동차, 석유 산업 등에서 혁신을 이루었습니다.*2)
*2) ‘1970년대에 시작된 제3차 산업혁명(디지털 혁명)은 아날로그 전자 및 기계 장치에서 현재 이용 가능한 디지털 기술에 이르는 기술의 발전을 가리킨다. 제4차 산업혁명은 기술이 사회와 심지어 인간의 신체에도 내장되는 새로운 방식을 대표하는 디지털 혁명 위에 구축되고 있다.’ (「위키백과」 ‘제4차 산업혁명’ 참고) 미래학자들은 제5차 산업혁명을 초과학의 비약적인 발전과 더불어 인간의 영적 혁명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2019년 개봉한 영화 ‘커런트 워(The Current War)’는 2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던 1890년대 후반에 전기電氣의 표준 송전 방식을 두고 벌어진 역사적인 대결을 그리고 있습니다. 노력의 천재 에디슨Thomas Alva Edison(1847~1931)은 직류直流를 주장했고, 상상력의 천재 테슬라Nikola Tesla(1856~1943)는 교류交流를 주장했습니다.
영화 ‘커런트 워(The Current War)’
하지만 에디슨이 주장한 직류는 직류 발전소 주변 0.8킬로미터까지만 송전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고압으로 전압을 높이면 되지만, 전선의 재료인 구리를 굵게 만들어야 해서 효율성이 떨어졌습니다. 비싼 뉴욕 땅에 직류 발전소를 촘촘히 짓는 것도 비용상 문제가 컸습니다. 반면 테슬라가 주장한 교류는 전압을 쉽게 바꿀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먼 거리를 고압으로 송전한 뒤 각 가정에 전압을 낮춰 공급할 수 있었습니다. 때마침 교류 변압기 특허를 사들인 웨스팅하우스George Westinghouse(1846~1914)는 테슬라의 교류 모터를 사용해서 완벽한 교류 송전 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커런트 워는 교류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직류를 고압으로 바꿀 수 있는 반도체 소재가 개발되어 촘촘한 직류 발전소와 구리 전선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도 초고압으로 손실 없이 직류 송전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압 변화가 없어야 하는 첨단 제품들이 늘어나면서 경제적이지만 송전 손실이 높은 교류 대신 직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음양으로 본 직류와 교류
전기는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전자 제품의 사용이 많지 않았던 이유는 전기를 사용하려면 전깃줄에 연결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최근 들어 전기를 충전할 수 있는 건전지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자 기기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전류는 전하를 띤 입자가 이동하는 현상입니다. 전기 에너지는 전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데, 이때 세기와 방향이 일정한 전류를 ‘직류直流(DC: Direct Current)’라고 합니다. 직류는 1800년, 이탈리아의 과학자 알레산드로 볼타Alessandro Volta(1745~1827)가 볼타전지를 발명하면서 그 기초를 닦았습니다. 그 후 토머스 에디슨은 19세기 후반에 직류(DC) 시스템을 상업적으로 선보였습니다. 직류의 대표적인 예가 건전지에 저항을 연결해서 만든 회로입니다. 이 회로를 흐르는 전류는 항상 크기가 일정하고 방향도 변하지 않아서 안정적입니다. 컴퓨터, 스마트폰 등 대부분의 전자 기기가 내부적으로 직류를 사용합니다.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데이터 센터와 전기차의 충전도 직류를 활용합니다.
이에 비해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시간에 따라 전류의 세기와 방향이 주기적으로 바뀝니다.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화력발전소, 바람으로 프로펠러를 돌리는 풍력발전소 등 회전 운동을 이용하는 발전기에서 만들어져서 회전 방향에 따라 전류의 방향이 계속 바뀌기 때문입니다. 이런 전류나 전압을 ‘교류交流(AC: Alternating Current)’라고 합니다. 교류는 1831년,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1791~1867)가 전자기 유도 원리를 발견하면서 그 기초 개념이 탄생했습니다. 그 후 과학자 조지프 헨리Joseph Henry(1797~1878)는 패러데이의 이론을 발전시켜 처음으로 실용적인 교류 발전기를 만들었고, 니콜라 테슬라는 교류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교류 시스템의 기반을 닦았습니다. 대부분의 가정용 전기 기기와 산업용 장비는 교류를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브라운관을 사용해서 전류나 전압의 시간적인 변화를 보는 장치가 오실로스코프oscilloscope입니다. 이를 이용해서 직류와 교류를 관찰하면 다음과 같은 그래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직류는 평탄한 직선입니다. 교류는 일정한 시간마다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반복되는 정현파正弦波(사인파sine wave)의 그래프를 보입니다. 직류는 정적靜的이라서 근거리 전송만 가능하고, 교류는 동적動的이라서 장거리 전송에 효율적입니다. 태극은 정적인 성질인 음과 동적인 성질인 양으로 나뉩니다. 따라서 전기(태극)가 직류(음)와 교류(양)로 나뉘는 것은 자연 섭리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빛의 문명
대한제국을 밝힌 신묘한 불
토머스 에디슨은 비록 전기 전쟁에서 패했지만 특허 수가 1,000종을 넘을 정도로 많은 발명을 한 발명왕이었습니다. 그의 발명품은 이중전신기, 탄소전화기, 축음기, 백열전구, 영화 촬영기⋅영사기, 자기선광법, 에디슨 축전기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일은 백열전구를 개선⋅발전시키고 생산법을 발명한 것입니다. 그는 전구를 보급하기 위해 전기 기기 체계 전체를 창조해 냈습니다. 그리고 그가 전구 실험 중에 발견한 ‘에디슨 효과’는 열전자 현상으로서 연구되고 진공관에 응용되어 전자공업 발달의 바탕이 되었습니다.*3)
*3) 「두산백과」 ‘토머스 에디슨’ 참고
그런데 토머스 에디슨이 발명한 백열전구를 만날 수 있는 곳은 놀랍게도 우리나라입니다. 1897년, 황제 국가 대한제국을 선포한 고종 황제는 나라를 근대국가로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4대 근대 시설인 전신, 전화, 전등, 전차를 동시에 갖추어 단기간에 서울과 황궁을 정비한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당시 기록을 담고 있는 『대한계년사大韓季年史』는 ‘1900년 4월 10일, 민간 최초로 종로 네거리에 가로등 세 개가 점등돼 전차 정거장과 매표소를 밝혔다.’고 적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대한전기협회를 비롯한 전기산업계가 뜻을 모아 1966년부터 4월 10일을 ‘전기의 날’로 지정하여 기념행사를 개최해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우리나라 전기 역사의 첫 시작점은 경복궁 건청궁에 전깃불을 밝힌 1887년 3월 6일이라고 합니다. 조선 시대 국왕 직속 특수 무관부였던 선전관청宣傳官廳의 업무일지 『선청일기宣廳日記(1887년 3월 6일)』에 ‘전기소패장電機所牌長(전기기술자)이 근무하다 퇴궐했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날은 에디슨이 장수명 백열전구를 발명한 1879년 11월로부터 불과 8년 후입니다.
조선에서 처음으로 전깃불이 켜진 그날! 건청궁 주위에는 칠흑 같은 어둠을 밝힌 전등을 구경하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합니다. 당시에 전등은 여러 가지 별명으로 불렸습니다. 발전기를 물로 식히기 위해 향원정 연못가에 설치해서 물을 먹고 켜진 불이라 하여 ‘물불’이라고 불렀습니다. 묘한 불이라는 ‘묘화妙火’, 괴상하다 하여 ‘괴화怪火’, 건들거리면서 자주 꺼진다고 ‘건달불’, 뜨거운 물로 인해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해 ‘증어蒸魚’라고도 했습니다. 인류에게 불을 전해 주어 문명의 길을 열어 준 프로메테우스처럼, 에디슨의 백열전구는 인류에게 빛을 선사했습니다.*4)
*4) 「한국전기연구원」 ‘전기이야기’ 참고
빛은 입자인가? 파동인가?
빛은 매우 특별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고대로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빛의 비밀을 풀고자 했습니다. 갈릴레이Galileo Galilei는 멀리 떨어진 두 산에 각각 사람을 보내서 한 사람이 횃불을 들면 다른 사람이 바로 횃불을 드는 것으로 빛의 속도를 재려고 했습니다. 결국 실패했지만 빛의 속도를 재려 한 최초의 시도였습니다. 광속인 초속 30만 킬로미터에 근접한 결과를 얻은 건 19세기 들어서입니다. 그럼에도 빛이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만유인력과 운동 법칙을 찾아낸 뉴턴Isaac Newton은 빛에 관한 연구도 깊이 했습니다. 프리즘을 이용해 태양 빛이 여러 색깔의 빛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아내고, 1704년에는 빛에 관한 연구를 종합해 『광학(Optiks)』을 출간했습니다. 그는 ‘빛을 입자粒子(Particle)’라고 생각했습니다. 전등을 켜면 순식간에 나온 매우 빠른 빛이 사물에 부딪히고 반사되어서 우리 눈에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1690년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크리스티안 하위헌스Christiaan Huygens(1629~1695)는 『빛에 관한 논술』에서 뉴턴과 달리 ‘빛이 파동波動(Wave)’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뉴턴의 권위로 인해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1801년 영국의 의사이자 물리학자인 토머스 영Thomas Young(1773~1829)은 ‘두 개의 틈새에 빛을 통과시켰을 때 스크린에 나타난 간섭무늬를 보고 빛이 파동임을 증명’합니다. 빛이 직선으로 움직이는 입자라면 나타날 수 없는 무늬였기 때문입니다. 19세기 말에는 영국의 맥스웰James Clerk Maxwell(1831~1879)과 독일의 헤르츠Heinrich Rudolf Hertz(1857~1894)가 빛이 전자기파의 일종이라는 걸 이론과 실험을 통해 밝혀냈습니다. 이로써 빛의 본질에 관한 논쟁은 파동설의 승리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빛이 광전효과라는 또 다른 성질이 있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광전효과는 금속이나 반도체의 표면에 빛을 쪼이는 순간 안에 있던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것이 태양전지의 원리로, 이때 나온 전자를 광전자光電子라고 합니다. 문제는 광전효과가 빛의 파동성과는 맞지 않는 결과를 내놓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1905년에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1879~1955)은 다시 빛의 입자설을 부활시킵니다. 그러면서 ‘빛이 간섭현상일 때는 분명히 파동이지만 광전효과에서는 입자’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빛이 에너지 알갱이라고 가정하고 이 빛 알갱이를 광양자光陽子(light quantum)라고 불렀습니다. 빛이 파동이 아니라 불연속적인 에너지를 가지는 알갱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를 설명한 공로로 1921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아인슈타인의 광양자설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밀한 실험을 한 결과 아인슈타인의 주장이 옳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결국 과학자들은 ‘빛이 파동의 성질과 함께 입자의 성질도 갖는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5)
*5) 『시민의 물리학』, 「물리산책」 ‘빛의 이중성 – 양자역학이란?’ 참고
빛은 광명의 태극체
물리학에는 두 가지 운동 형태가 있습니다. 하나는 ‘입자粒子’의 운동이고, 다른 하나는 ‘파동波動’입니다. 입자는 명확한 위치를 가지고 있고, 셀 수 있습니다. 파동은 입자의 운동과 완전히 다릅니다. 위치를 정할 수 없고, 셀 수도 없습니다. 단지 매질媒質(transmission medium)을 따라 올라가고 내려가는 진동이 만들어 내는 무늬(패턴)가 연속적으로 전파될 뿐입니다. 음파는 공기 분자들의 진동으로 전파되는 파동이고, 파도는 물 분자들이 진동하면서 만들어집니다. 입자와 파동은 둘 다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입자는 충돌을 통해 다른 입자를 움직이게 할 수 있고, 파동은 입자처럼 순간적이지는 않지만 다른 대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파동과 입자는 성질이 완전히 달라서 어떤 대상도 파동이라면 입자일 수 없고, 입자라면 파동일 수 없습니다. 반드시 둘 중 하나여야만 합니다. 그런데 빛은 특이합니다. 간섭현상을 보일 때는 파동이고 광전효과를 보일 때는 입자이기 때문입니다. 빛이 경우에 따라서 파동의 성질과 입자의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는 걸 ‘빛의 이중성’이라고 합니다. 왜 빛은 파동과 입자라는 이중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이를 역易 철학으로 풀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역유태극 시생양의 양의생사상 사상생팔괘
易有太極 是生兩儀 兩儀生四象 四象生八卦
역易에는 태극太極이 있으니, 태극에서 양의兩儀가 생하고, 양의에서 사상四象이 생하고, 사상에서 팔괘八卦가 생한다. (『주역周易』 「계사상전繫辭上傳」)
우주 만물의 구성과 변화 원리를 설명한 『주역周易』의 글귀입니다. 태극은 음과 양을 가능성으로 품고 있지만, 아직 발현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태극이 실제 운동할 때는 음양陰陽⋅사상四象⋅오행五行⋅팔괘八卦⋅십간十干⋅십이지十二支로 드러납니다. 다시 말해서 태극太極은 씨앗과 같습니다. ‘태太’ 자에 ‘콩’이라는 뜻이 들어 있는 것에서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콩은 껍질과 배, 배젖, 씨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콩을 땅에 심으면 씨눈에서 뿌리가 내리고, 배가 줄기와 본잎으로 자라납니다. 콩 속에 들어 있던 가능성이 현실로 발현된 것입니다. 이때 콩의 뿌리는 음에 배속할 수 있고, 줄기와 잎은 양에 배속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콩을 뿌리의 입장에서 보면 음이지만, 줄기와 잎의 입장에서 보면 양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빛은 입자의 속성과 파동의 속성을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빛이 음(입자성)과 양(파동성)을 모두 품고 있는 광명의 태극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 입자의 성질을 띠기도 하고, 파동의 성질을 띠기도 하는 것입니다.
바람처럼 날아가는 시간
1년 중에서 봄⋅여름 전반기는 양의 계절이라 하고, 가을⋅겨울 후반기는 음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봄여름에는 날씨가 더워지면서 만물이 분열하고, 가을과 겨울에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만물이 통일하기 때문입니다. 물이 열을 받으면 기체가 되는 것처럼, 물질이 분열하면 형체가 사라지고 에너지가 됩니다. 반대로 기체가 냉각되면 물이 되는 것처럼, 에너지가 통일하면 형체가 생기고 물질이 됩니다. ‘물질의 질량이 에너지로 변환될 수 있고 에너지는 질량으로 변환될 수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원리(E=mc2 - E:에너지, m:질량, c:빛의 속도)’는 이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유형의 물질은 음에 배속할 수 있고, 무형의 에너지는 양에 배속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역 철학으로는 질량-에너지 등가원리를 ‘음생양陰生陽⋅양생음陽生陰’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앞서 물리학에는 입자粒子(Particle)와 파동波動(Wave)의 운동 형태가 있다고 했습니다. 입자는 유형이고, 파동은 무형입니다. 그러므로 입자는 음에 배속할 수 있고, 파동은 양에 배속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글자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입粒’ 자는 곡식의 낟알이라는 뜻이고, ‘자子’ 자는 열매라는 뜻입니다. 모두 만물이 통일되어 있는 씨앗을 뜻합니다. 그리고 첫 번째 지지地支인 자子는 오행으로 음수陰水에 해당합니다. 이에 반해 ‘파波’ 자에는 요동搖動한다는 뜻이 있고, ‘동動’ 자에는 움직인다는 뜻이 있습니다.
흔히 ‘세월은 유수流水와 같다.’고 합니다. 영어로는 ‘Time flies like the wind(시간이 바람처럼 날아간다).’라고 표현합니다. 이를 통해 시간을 동적이면서 무형으로 인식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공간은 정적이고 유형입니다. 그러므로 시간은 양에 배속할 수 있고, 공간은 음에 배속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글자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시時’ 자에는 ‘날 일日’ 자가 들어 있습니다. 해는 분주히 움직이며 매일 떴다 지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공空’ 자에는 ‘구멍 혈穴’ 자가 들어 있습니다. 풍수지리에서는 땅의 정기精氣가 모인 곳을 혈穴 자리라고 합니다.
밝은 빛이 만든 인류 문명
빛은 파동의 성질을 띠고 있습니다. 음파는 공기 분자들의 진동으로 전파되는 파동이고, 파도는 물 분자들이 진동하면서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빛은 무엇이 진동하면서 전파되는 파동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과거로 돌아가야 합니다.
서기전 6세기에 그리스의 자연철학자 탈레스Thales는 송진이 굳어져 형성된 호박琥珀을 문지르다 먼지가 달라붙는 걸 발견했습니다. 최초로 정전기靜電氣라는 전기 현상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래서 전기를 뜻하는 electricity가 호박을 뜻하는 그리스어 Elecktron에서 유래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그리스인들은 마그네시아Magnesia 지역에서 나오는 광물이 쇠붙이를 잡아당기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자석磁石을 뜻하는 magnet이 여기에서 유래했습니다.
신비로운 현상으로 남아 있던 전기와 자기에 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16세기 이후입니다. 보통 털가죽끼리 문지르면 서로 밀어내고, 털가죽과 고무를 문지르면 서로 당깁니다. 물리학자들은 서로 밀고 당기는 힘이 전하의 성질에 따라 다르다고 보고, 양(+)의 전하와 음(-)의 전하로 분류했습니다. 그리고 서로 같은 부호의 전하끼리는 밀어내고, 서로 다른 부호의 전하끼리는 잡아당긴다고 가정했습니다. 그런데 전기와 비슷한 성질을 보이는 게 또 있습니다. 자석은 서로 밀기도 하고 당기기도 합니다. 전기에서 양과 음이라고 하듯이 자기에서는 N극과 S극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전기와 자기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전류를 지속적으로 흐르게 하는 볼타전지가 발명되면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덴마크의 과학자 한스 크리스티안 외르스테드Hans Christian Ørsted(1777~1851)는 전지에 철사를 연결해서 전류를 흘리다가 나침반이 돌아가는 걸 발견했습니다. 곧이어 앙드레 마리 앙페르André-Marie Ampère(1775~1836)는 ‘전선에 전류를 흐르게 하면 자석이 된다.’는 외르스테드의 실험을 수학 방정식으로 정립했습니다. 이를 ‘앙페르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이후 미국의 물리학자 마이클 페러데이Michael Faraday(1791~1867)는 ‘힘은 두 전하 또는 두 개의 자석 사이에서 즉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장과 자기장을 통해 힘을 주고받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화살표를 사용하여 양전하 주위에는 전기장이 바깥으로 뻗어 나가는 형태로 형성되고, 음전하 주위에는 안쪽으로 모이는 형태로 형성되는 것을 그렸습니다.
역 철학에서 분열하는 성질은 양에 배속하고, 통일하는 성질은 음에 배속합니다. 그러므로 양전하와 음전하를 발산하는 형태와 수렴하는 형태로 그린 것은 자연 섭리에 부합합니다. 동양과 서양이 과학 법칙을 통해 서로 만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자기장을 그릴 때도 전기장과 비슷합니다. 자기장을 나타내는 화살표는 N극에서 나와서 S극으로 들어가는 방향으로 그립니다. 그러므로 자력선이 밖으로 뻗어 나가는 N극은 양에 해당하고, 자력선이 안으로 수렴하는 S극은 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외르스테드는 ‘전기장이 변하면 자기장이 생긴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반대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페러데이는 전선을 동그랗게 만들고 막대자석을 전선 가까이 가져가 봤습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검류계의 바늘이 움직였습니다. 이 현상을 ‘페러데이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발전기의 기원이 된 이 발견은 전기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전기는 먼 곳까지 갈 수 있지만, 자기는 자석 가까이에 형성됩니다. 그리고 양전하와 음전하는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지만, 자석은 N극과 S극이 항상 함께 있습니다. 따라서 전기는 양에 배속할 수 있고, 자기는 음에 배속할 수 있습니다. 전기는 자기를 만들고 자기는 전기를 만든다는 사실은 ‘음생양陰生陽⋅양생음陽生陰’을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1861년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James Clerk Maxwell(1831~1879)은 이제까지 나온 전기와 자기에 관한 모든 법칙을 종합해서 네 개의 방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이로 인해 맥스웰은 전기와 자기를 통합하여 전자기학을 완성한 과학자가 되었습니다. 전자기력은 만유인력과 더불어 우주를 현재의 모습으로 있게 한 기본적인 힘입니다.
맥스웰은 전자기학 방정식을 완성한 후 ‘전기장과 자기장이 공간을 통해 파동의 형태, 즉 전자기파로 전파될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실제 맥스웰이 자신의 방정식을 이용해서 전자기파의 속력을 계산해 보니, 빛의 속력과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전자기파의 속력이 빛의 속력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빛이 전자기파라는 것입니다. 이로써 전기와 자기, 그리고 빛의 대통합이 달성되었습니다. 인류는 전자기력을 이용하여 현대의 전자기 문명을 이룩했습니다. 따라서 현대 과학 문명은 빛의 문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6))
*6) 『시민의 물리학』 참고
앞서 태극은 초목의 근원인 씨앗이라고 했습니다. 이를 우주에 적용하면 우주 만유를 낳은 씨앗도 태극입니다. 『도전道典』은 “태시에 대광명이 홀연히 열렸다.”고 적고 있습니다. 『환단고기桓檀古記』 「태백일사太白逸史」 〈삼신오제본기三神五帝本紀〉에도 “우주가 광명으로 시작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태시太始에 하늘과 땅이 ‘문득’ 열리니라. 홀연히 열린 우주의 대광명 가운데 삼신이 계시니, 삼신三神은 곧 일신一神이요 우주의 조화성신造化聖神이니라. (도전道典 1:1:1~2)
대시 상하사방 증미견암흑 고왕금래 지일광명의
大始에 上下四方이 曾未見暗黑하고 古徃今來에 只一光明矣러라
대시大始에 상하와 동서남북 사방에는 아직 암흑이 보이지 않았고, 언제나 오직 한 광명뿐이었다. (『환단고기桓檀古記』 「태백일사太白逸史」 〈삼신오제본기三神五帝本紀〉)
그러므로 빛은 우주 만유를 낳은 씨앗으로 태극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태극이 음양⋅사상⋅팔괘로 분화되어 나가는 것처럼, 빛도 분화되어 나갑니다. 즉 태극인 빛은 입자와 파동이라는 음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음양이 사상으로 분화하는 것처럼, 입자는 스핀spin에 따라 양의 성질을 가진 페르미온Fermion과 음의 성질을 가진 보손Boson으로 나뉘고, 파동은 양의 성질을 가진 전기파와 음의 성질을 가진 자기파로 나뉩니다. 또한 사상이 팔괘로 분화하는 것처럼, 페르미온의 기본 입자는 쿼크quark와 렙톤lepton으로 나뉘고, 보손의 기본 입자는 벡터 보손vector boson과 스칼라 보손scalar boson으로 나뉩니다. 전하와 자기도 음전하와 양전하, S극과 N극으로 나뉩니다. 따라서 빛이 이들을 모두 품고 있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 것입니다. 과학이 발견한 자연법칙들을 탐구하면 할수록 그 속에서 역 철학의 경이로움을 느끼는 건 필자만이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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